북미 정상회담 성패 열쇠 쥔 폼페이오, 23일 인준 표결
도널드 트럼프의 복심이자 북·미 정상회담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내정자(현 CIA국장)에 대한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표결이 23일 오후 5시에 열리게 됐다. 현재 상원 외교위의 의석 비율은 공화 11명 대 민주 10명. 여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만 전원 찬성하면 무난히 폼페이오가 인준되는 것이지만 문제는 공화당 소속 랜드 폴(켄터키주) 의원이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상황.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던 폴 의원의 반대 이유는 "폼페이오가 이라크전에 찬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정치적 몸값을 올리려는 계산"이란 분석이 많다. 여하튼 폴 의원이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찬성 10명 대 반대 11명으로 부결된다. 하지만 문제는 외교위에서 부결되더라도 바로 인준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인준안이 '상임위 비추천'이란 의견을 달아 오는 27일 경 본회의 표결로 넘어가게 돼 있다. 이론적으로 본회의에서만 통과만 된다. 그러나 두가지 문제점이 여전히 남게 된다. 첫째는 외교위에서 부결된 내정자가 본회의를 통해 국무장관으로 인준된 경우는 1945년 헨리 월러스 이후 73년 간 없었다. 외교위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를 전체 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데 대한 심적 부담이 여당 의원에게도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 하나는 전체 위원회 또한 표 계산이 간단치 않다는 점. 현재 상원 구도는 51대 49로 공화당이 간신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의 중진 존 매케인(애리조나)의원이 고향에서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라 워싱턴 DC의 의사당에 출석하기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 이 경우 랜드 폴 의원의 반대까지 고려하면 찬반이 49대 50으로 뒤집히게 된다. 폼페이오가 국무장관 낙마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19일 돌발 변수가 생겼다. 야당인 민주당의 하이디 하이트캠프(노스다코타)의원이 "폼페이오 내정자는 지명 이후 국익을 향상하기 위해 국무부의 권한과 위상을 다시 강화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다시 50대 49의 상황으로 바뀌게 됐다. 노스다코타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대승을 거뒀던 곳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하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하이트캠프가 "난 필요에 따라선 공화당 입장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호소를 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화이트캠프 의원을 비롯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수 소속 민주당 의원 5명을 집중 타깃으로 삼고 압박전략을 가해왔다. 로이터통신은 "화이트캠프 상원의원의 찬성 입장 표명으로 폼페이오의 인준 전망이 밝아지게 됐다"고 전망했다. 다만 공화당, 민주당 모두 본회의 표결에서 서로 얼마나 이탈할 지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 언론들은 북·미정상회담의 키맨인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으로 인준받지 못할 경우 북·미회담 준비 자체가 큰 타격을 입어 회담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폼페이오는 이달초 평양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는 등 북·미정상회담의 모든 준비를 처리해왔다. 폼페이오 내정자의 인준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폼페이오는 남북정상회담(27일) 개최와 거의 동시에 미국의 외교수장에 공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